0:58 1악장 '바비 야르' 바비 야르 위에는 아무런 기념비가 없네. 가파른 절벽은 묘비와 같구나. 두렵다, 오늘 난 유대인만큼 늙었다. 나는 마치 내가 유대인이 된 것 같다. 나 유대인이 되어 고대 이집트를 떠돌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간다. 그리고 내 몸에는 여전히 못 자국이 있다. 나는 드레퓌스가 된 것 같다. 부르주아들이 나를 고발하고 재판한다. 나 철창 속에 갇혀서 박해당하고, 침을 맞고, 비난받는다 레이스 장식을 걸친 아름다운 부인들이 양산으로 내 얼굴을 찌르며 소리친다. 나는 내가 비아위스토크의 소년이 된 것 같다. 5:26 술집 바닥에 피가 튀고 선동당한 자들이 짐승처럼 군다. 그들에게서 보드카와 양파 냄새가 진동한다. 나 땅을 발로 차며 탈진한 채, 학대자들에게 헛되이 자비를 구한다. 그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외치네. "유대인들을 죽이고 러시아를 구하자!" 곡물장수가 내 어머니를 때린다. 7:15 아, 내 러시아 사람들이여, 나는 안다 가슴 속에서 그대들은 국제주의자라는 걸, 하지만 저 손이 더러운 자들이 그 이름을 더럽히고 있다는 걸! 나는 내 나라가 선하다는 것을 안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반유대주의자들이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선언한다. "러시아 국민 연합" 이라고! 8:59 나는 내가 안네 프랑크라고 느낀다. 4월에 피어나는 봄처럼 순결하구나. 말은 필요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적은가! 우리는 더는 잎사귀와 하늘을 가질 수 없지만 우리는 아직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이 어두운 방 안에서 서로를 부드럽게 안을 수 있다! 사람들이 오고 있어! 두려워 마. 이건 봄이 오는 소리야! 나에게 와, 내게 입 맞춰, 어서! 문을 부수잖아! 아니야! 얼음이 깨지는 소리야... 12:07 바비 야르 위에는 들풀이 바스락거리고 불길한 나무들은 재판관처럼 서 있구나. 여기 조용히 모든 것이 절규하고, 그리고 나는 모자를 벗으며 느끼네. 내 머리카락이 얼마나 천천히 하얗게 세었는지를. 그리고 이곳에 묻힌 수많은 사람 위에서 나는 소리없고 긴 절규가 된다. 나 이곳에서 총살당한 모든 노인이자, 나 이곳에서 총살당한 모든 어린아이다. 나 영원히 이를 잊지 못하리라. 15:02 국제주의여, 울려 퍼져라 이 땅의 마지막 반유대주의자가 영원히 땅에 묻히는 그때에! 내 핏줄에는 유대인의 피가 흐르지 않지만, 내가 마치 유대인이 된 것처럼 모든 반유대주의자를 증오하는 것은 내가 진정한 러시아 사람이기 때문이다! __ 17:37 2악장 '유머' 차르들, 왕들, 황제들, 전 세계의 권력자들. 그들은 사열을 받을 수는 있어도 유머는 명령할 수 없다. 높으신 분들의 궁전에, 그들이 편히 쉬며 나날을 지내는 곳에 떠돌이 이솝이 나타나면, 그들은 거지꼴로 보였으리라! 위선자가 더러운 발자국을 남긴 집 안. 현자 나스레딘이 던진 농담이 체스판 위의 말들처럼 하잘것없는 것들을 쓸어버린다! 19:54 그들은 유머를 죽이려고 했지만 유머는 그들을 비웃었다. 유머와 싸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유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머리를 잘라 병정의 창 끝에 꽂았다. 그러나 광대가 피리를 연주하는 순간 유머가 외마디로 외친다. "나 여기 있어!" 그리고 유머는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네. 22:04 초췌하고 다 떨어진 코트 차림으로. 기죽고 후회하는 모습으로. 붙잡힌 정치범이 처형장으로 향한다. 복종할 기세로, 유머는 삶의 끝을 받아들이나 싶더니, 갑자기 코트 주머니에서 빠져나와서는, 손을 흔들며, "안녕!" 23:38 그들은 유머를 지하 감옥에 가뒀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유머는 철창과 높은 돌벽을 빠져나와선, 마치 병정처럼 헛기침을 하며, 총을 들고 통속가를 부르며 겨울 궁전으로 향했다. 유머는 어두운 미소에 익숙했다. 그들은 유머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유머는 스스로를 유머로서 바라본다. 24:30 유머는 영원하다- 영원하지! 유머는 능글맞다- 능글맞아! 그리고 빠르다- 빠르고말고! 유머는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찾아간다. 유머에게 영광 있으라! 유머는 용감하다네! __ 26:15 3악장 '가게에서' 누군가는 숄을 하고, 누군가는 스카프를 하고, 대단한 곳으로 가거나, 일터로 가는 것처럼 가게 안으로, 한 사람씩 조용히 여인들이 들어오네. 아, 저들의 깡통 소리. 병과 접시가 달그락대는 소리! 양파 냄새, 오이 냄새가 난다. '카불' 소스 냄새도. 나 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떨고 있지만, 조금씩 앞으로, 다가가고 있으면, 그 많은 부인들이 내뿜는 입김에서, 가게를 데우는 더운 기운이 퍼지네. 31:50 여인들이 참을성있게 기다린다, 우리 가족을 지키는 수호천사들이, 그들의 손에, 어렵게 번 돈을 꽉 쥔 채로. 이들이 러시아의 여인들일세. 우리의 영광과 양심들일세. 이들이 콘크리트를 섞었고, 쟁기질을 하고 곡물을 수확했지. 그들은 늘 모든 것을 견뎌왔고 늘 모든 것을 견뎌낼 것이다. 그들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 그들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다! 35:29 그들에게 거스름돈을 속이는 것은 수치다! 그들에게 무게를 속이는 것은 죄악이다! 속을 꽉 채운 만두를 주머니에 넣으며, 조용히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그들의 피곤하고 경건한 손을 나는 바라보았네. __ 37:22 4악장 '두려움' 러시아에서는 두려움이 죽어간다. 마치 옛 망령처럼. 노파처럼 곳곳을 어슬렁거리며 여전히 빵을 구걸한다. 나 기억하네, 거짓의 궁전에서 두려움이 얼마나 강하고 전능했는지. 두려움은 그림자처럼 미끄러지며 어느 곳이든 뚫고 들어와서는 슬그머니 사람들을 무릎꿇렸고 모든 이에게 흔적을 새겼지. 입을 다물어야 했을 때, 두려움은 우리가 소리치도록 했고, 우리가 소리쳐야 했을 때에는 침묵하도록 했네. 43:00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옛일처럼 느껴지네. 기억하는 일조차 이상한 것 같네. 밀고당하는 일에서의 비밀스런 두려움, 누군가 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두려움. 그래, 이방인에게 말을 거는 두려움은 어떨까? 이방인에게. 그대 부인에게조차도! 그래, 행진 후에 홀로 조용히 남겨졌을 때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은? 45:26 눈보라 속에서의 노동도, 쏟아지는 포탄 아래 전투도, 우리는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혼잣말을 하는 것은 죽을 것처럼 두려웠다. 우리는 무너지지도 썩지도 않았다. 러시아, 이 나라가 스스로의 두려움에 맞서 승리하고 적에게 더한 두려움을 일깨웠다. 46:12 나는 새로운 두려움을 느낀다. 어느 나라의 정직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 명백한 진실을 깎아내리는 두려움.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랑하는 두려움. 앵무새처럼 남의 말을 하는 두려움. 불신으로 다른 이를 창피주는 두려움. 과신에 대한 두려움. 러시아에서는 두려움이 죽어간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도 모르게 서두르고 있다. 글을 쓰면서 한 가지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온 힘을 다해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__ 49:44 5악장 '출세' 신부들은 끊임없이 말했다. 갈릴레이는 미치광이라고. (갈릴레이는 미쳤다고...) 하지만 세월이 보여준 바로는, 미친 사람이 가장 똑똑했다! (미친 사람이 가장 똑똑했지...) 갈릴레이와 동시대를 살았던 어떤 학자는 갈릴레이보다 어리석지는 않았다. (갈릴레이보다 어리석지는 않았어...) 그는 지구가 돈다는 걸 알았지만, 그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그에게는 가족이 있었다네...) 52:38 배신을 저지르고선 부인과 함께 마차에 오르면서, 출세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의 출세는 종쳤다네! (출세하기는 종쳤지...) 지구에 대한 발견을 지키려고 갈릴레이는 혼자서 위험을 자처했고 그렇게 위대한 인간이 되었네! 보라! 이것이야말로 내 눈에 보이는 출세주의자다. 55:40 모든 출세 위에 박수갈채가 보내진다. 셰익스피어나 파스퇴르가, 뉴턴이나 톨스토이가 이루었을 출세. 톨스토이... 레프? 레프! 왜 사람들은 이들을 비난했을까? 재능, 뭐라 하건 그건 재능. 아무도 비난하던 자들을 기억하지 않지만 비난받은 이들은 기억받는다. (비난받은 이들은 기억받는다...) 57:53 성층권을 목표로 삼던 이들. 콜레라에 걸려 죽은 의사들, 바로 그들이 출세한 이들이다! 그들의 경력을 내 거울로 삼으리라! 나는 그들의 성스러운 믿음을 믿는다. 그들의 신념이 내게 용기를 준다. 내가 출세하는 방법은 출세하지 않는 것이라네!
공연장에서 직접 관람했는데, 진짜 서울에서 처음 연주되는 쇼교 13번이라는 의미를 넘어 연주 자체가 너무 훌륭했습니다...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좋은 연주 보여주시고 교향악축제에서도 좋은 연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채널에서 공연리뷰들 좀 하고 있는데, 곧 교향악축제 광주시향 리뷰 영상도 올라갈 예정입니다!!! 아무튼 광주시향 찢었다!!
이날 공연장에서 봤고 매우 잘 들었습니다. 가사와 음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곡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는데, 혹시 공연 때 가사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다른 곳에서는 이 곡의 우리말 가사를 찾아보기 어려워서... + 이 곡 연주를 보고 싶어서 해외 공연장에 가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외국어 가사 자막을 보면 집중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말 가사 자막이 눈에 바로 들어와서 곡을 훨씬 잘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곡을 무대에 올려주신 연주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새롭게 보여주실 곡들도 기대하겠습니다.
(근)현대음악은 난해하고 산만하기만 할 것이라는 편견을 와장창 깨부숴준 연주였습니다.. 쇼피협2도 수준급이었고 바비야르에서의 그 소름과 압도되는 기분은 잊을 수가 없네요 특히 9:46부터 문 부수는 소리 이후 10:58에서 몰아치는 관현악 연주는 그냥 소름돋는다, 감동이다가 아니라 앉아서 공연 보는게 무서울 정도였어요 그래도 여전히 쇼첼협은 어려운.. 😅 영상으로 다시 보면 참 좋겠다 계속 생각했는데 이렇게 올라오니 언제든 돌려볼 생각에 행복하네요
아.. 그리고 갑자기 생각나서 또 쓰네요 ㅋㅋ 혹시.. 이날 같이 공연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공개 안 하는 걸까요ㅜ? 나름 수준높은 연주였는데.. 갔다와서 별 음반이랑 영상 다 찾아봐도 괜찮은게 없더라구요 ㅜㅜ 곡이 어려워서 그런지 마이너해서 그런지.. 제대로 된 영상은 하나도 없다 싶을 정도(그나마 서울시향...?).. 예당 채널 보니 저번 교축 영상 몇개 올라오던데.. 혹시나 해서 댓 달아봤습니다 ㅎ
므라빈스키가 괜히 이 곡 초연을 거절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러면서 '므라빈스키는 쫄보! 콘드라신이 진정한 대인이다!" 외치고 싶은 개인적인 심정이었고요. 저 시대 저런 곡을 어떻게 무대에 올릴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네요. 이러한 감상을 여과없이 심장에 직격하게 해준 이날 공연이 그만큼 임팩트가 컸던 거였죠. 공연장에서 들은 여러 작품 중 작년 호넥 내한 때 고레츠키 교향곡 3번 2악장(게슈타포 건물 내의 벽에 새겨진 어느 소녀가 엄마에게 남기는 심정을 담은 낙서를 모티브로 한 가사) 정도라야 여기에 비교 가능할 정도였어요. 고레츠키 교향곡이 뭉클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이었다면, 바비 야르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소시민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는 개인 감상입니다.
0:58 1악장 '바비 야르'
바비 야르 위에는 아무런 기념비가 없네.
가파른 절벽은 묘비와 같구나.
두렵다, 오늘 난 유대인만큼 늙었다.
나는 마치 내가 유대인이 된 것 같다.
나 유대인이 되어 고대 이집트를 떠돌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간다.
그리고 내 몸에는 여전히 못 자국이 있다.
나는 드레퓌스가 된 것 같다.
부르주아들이 나를 고발하고 재판한다.
나 철창 속에 갇혀서
박해당하고, 침을 맞고, 비난받는다
레이스 장식을 걸친 아름다운 부인들이
양산으로 내 얼굴을 찌르며 소리친다.
나는 내가 비아위스토크의 소년이 된 것 같다.
5:26 술집 바닥에 피가 튀고
선동당한 자들이 짐승처럼 군다.
그들에게서 보드카와 양파 냄새가 진동한다.
나 땅을 발로 차며 탈진한 채,
학대자들에게 헛되이 자비를 구한다.
그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외치네.
"유대인들을 죽이고 러시아를 구하자!"
곡물장수가 내 어머니를 때린다.
7:15 아, 내 러시아 사람들이여, 나는 안다
가슴 속에서 그대들은 국제주의자라는 걸,
하지만 저 손이 더러운 자들이
그 이름을 더럽히고 있다는 걸!
나는 내 나라가 선하다는 것을 안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반유대주의자들이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선언한다.
"러시아 국민 연합" 이라고!
8:59 나는 내가 안네 프랑크라고 느낀다.
4월에 피어나는 봄처럼 순결하구나.
말은 필요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적은가!
우리는 더는 잎사귀와 하늘을 가질 수 없지만
우리는 아직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이 어두운 방 안에서 서로를 부드럽게 안을 수 있다!
사람들이 오고 있어!
두려워 마. 이건 봄이 오는 소리야!
나에게 와, 내게 입 맞춰, 어서!
문을 부수잖아!
아니야! 얼음이 깨지는 소리야...
12:07 바비 야르 위에는 들풀이 바스락거리고
불길한 나무들은 재판관처럼 서 있구나.
여기 조용히 모든 것이 절규하고,
그리고 나는 모자를 벗으며 느끼네.
내 머리카락이 얼마나 천천히 하얗게 세었는지를.
그리고 이곳에 묻힌 수많은 사람 위에서
나는 소리없고 긴 절규가 된다.
나 이곳에서 총살당한 모든 노인이자,
나 이곳에서 총살당한 모든 어린아이다.
나 영원히 이를 잊지 못하리라.
15:02 국제주의여, 울려 퍼져라
이 땅의 마지막 반유대주의자가
영원히 땅에 묻히는 그때에!
내 핏줄에는 유대인의 피가 흐르지 않지만,
내가 마치 유대인이 된 것처럼
모든 반유대주의자를 증오하는 것은
내가 진정한 러시아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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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7 2악장 '유머'
차르들, 왕들, 황제들,
전 세계의 권력자들.
그들은 사열을 받을 수는 있어도
유머는 명령할 수 없다.
높으신 분들의 궁전에,
그들이 편히 쉬며 나날을 지내는 곳에
떠돌이 이솝이 나타나면,
그들은 거지꼴로 보였으리라!
위선자가 더러운 발자국을 남긴 집 안.
현자 나스레딘이 던진 농담이
체스판 위의 말들처럼
하잘것없는 것들을 쓸어버린다!
19:54 그들은 유머를 죽이려고 했지만
유머는 그들을 비웃었다.
유머와 싸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유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머리를 잘라 병정의 창 끝에 꽂았다.
그러나 광대가 피리를 연주하는 순간
유머가 외마디로 외친다.
"나 여기 있어!"
그리고 유머는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네.
22:04 초췌하고 다 떨어진 코트 차림으로.
기죽고 후회하는 모습으로.
붙잡힌 정치범이 처형장으로 향한다.
복종할 기세로,
유머는 삶의 끝을 받아들이나 싶더니,
갑자기 코트 주머니에서 빠져나와서는,
손을 흔들며,
"안녕!"
23:38 그들은 유머를 지하 감옥에 가뒀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유머는 철창과 높은 돌벽을 빠져나와선,
마치 병정처럼 헛기침을 하며,
총을 들고 통속가를 부르며
겨울 궁전으로 향했다.
유머는 어두운 미소에 익숙했다.
그들은 유머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유머는
스스로를 유머로서 바라본다.
24:30 유머는 영원하다- 영원하지!
유머는 능글맞다- 능글맞아!
그리고 빠르다- 빠르고말고!
유머는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찾아간다.
유머에게 영광 있으라!
유머는 용감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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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5 3악장 '가게에서'
누군가는 숄을 하고, 누군가는 스카프를 하고,
대단한 곳으로 가거나, 일터로 가는 것처럼
가게 안으로, 한 사람씩
조용히 여인들이 들어오네.
아, 저들의 깡통 소리.
병과 접시가 달그락대는 소리!
양파 냄새, 오이 냄새가 난다.
'카불' 소스 냄새도.
나 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떨고 있지만,
조금씩 앞으로, 다가가고 있으면,
그 많은 부인들이 내뿜는 입김에서,
가게를 데우는 더운 기운이 퍼지네.
31:50 여인들이 참을성있게 기다린다,
우리 가족을 지키는 수호천사들이,
그들의 손에,
어렵게 번 돈을 꽉 쥔 채로.
이들이 러시아의 여인들일세.
우리의 영광과 양심들일세.
이들이 콘크리트를 섞었고,
쟁기질을 하고 곡물을 수확했지.
그들은 늘 모든 것을 견뎌왔고
늘 모든 것을 견뎌낼 것이다.
그들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
그들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다!
35:29 그들에게 거스름돈을 속이는 것은 수치다!
그들에게 무게를 속이는 것은 죄악이다!
속을 꽉 채운 만두를 주머니에 넣으며,
조용히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그들의 피곤하고 경건한 손을
나는 바라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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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2 4악장 '두려움'
러시아에서는 두려움이 죽어간다.
마치 옛 망령처럼.
노파처럼 곳곳을 어슬렁거리며
여전히 빵을 구걸한다.
나 기억하네, 거짓의 궁전에서
두려움이 얼마나 강하고 전능했는지.
두려움은 그림자처럼 미끄러지며
어느 곳이든 뚫고 들어와서는
슬그머니 사람들을 무릎꿇렸고
모든 이에게 흔적을 새겼지.
입을 다물어야 했을 때,
두려움은 우리가 소리치도록 했고,
우리가 소리쳐야 했을 때에는
침묵하도록 했네.
43:00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옛일처럼 느껴지네.
기억하는 일조차 이상한 것 같네.
밀고당하는 일에서의 비밀스런 두려움,
누군가 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두려움.
그래, 이방인에게 말을 거는 두려움은 어떨까?
이방인에게.
그대 부인에게조차도!
그래, 행진 후에
홀로 조용히 남겨졌을 때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은?
45:26 눈보라 속에서의 노동도,
쏟아지는 포탄 아래 전투도,
우리는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혼잣말을 하는 것은
죽을 것처럼 두려웠다.
우리는 무너지지도 썩지도 않았다.
러시아, 이 나라가 스스로의 두려움에 맞서 승리하고
적에게 더한 두려움을 일깨웠다.
46:12 나는 새로운 두려움을 느낀다.
어느 나라의 정직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
명백한 진실을 깎아내리는 두려움.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랑하는 두려움.
앵무새처럼 남의 말을 하는 두려움.
불신으로 다른 이를 창피주는 두려움.
과신에 대한 두려움.
러시아에서는 두려움이 죽어간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도 모르게 서두르고 있다.
글을 쓰면서 한 가지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온 힘을 다해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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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4 5악장 '출세'
신부들은 끊임없이 말했다.
갈릴레이는 미치광이라고.
(갈릴레이는 미쳤다고...)
하지만 세월이 보여준 바로는,
미친 사람이 가장 똑똑했다!
(미친 사람이 가장 똑똑했지...)
갈릴레이와 동시대를 살았던 어떤 학자는
갈릴레이보다 어리석지는 않았다.
(갈릴레이보다 어리석지는 않았어...)
그는 지구가 돈다는 걸 알았지만,
그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그에게는 가족이 있었다네...)
52:38 배신을 저지르고선
부인과 함께 마차에 오르면서,
출세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의 출세는 종쳤다네!
(출세하기는 종쳤지...)
지구에 대한 발견을 지키려고
갈릴레이는 혼자서 위험을 자처했고
그렇게 위대한 인간이 되었네!
보라!
이것이야말로 내 눈에 보이는 출세주의자다.
55:40 모든 출세 위에 박수갈채가 보내진다.
셰익스피어나 파스퇴르가,
뉴턴이나 톨스토이가 이루었을 출세.
톨스토이...
레프?
레프!
왜 사람들은 이들을 비난했을까?
재능, 뭐라 하건 그건 재능.
아무도 비난하던 자들을 기억하지 않지만
비난받은 이들은 기억받는다.
(비난받은 이들은 기억받는다...)
57:53 성층권을 목표로 삼던 이들.
콜레라에 걸려 죽은 의사들,
바로 그들이 출세한 이들이다!
그들의 경력을 내 거울로 삼으리라!
나는 그들의 성스러운 믿음을 믿는다.
그들의 신념이 내게 용기를 준다.
내가 출세하는 방법은
출세하지 않는 것이라네!
공연장에서 직접 관람했는데, 진짜 서울에서 처음 연주되는 쇼교 13번이라는 의미를 넘어 연주 자체가 너무 훌륭했습니다...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좋은 연주 보여주시고 교향악축제에서도 좋은 연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채널에서 공연리뷰들 좀 하고 있는데, 곧 교향악축제 광주시향 리뷰 영상도 올라갈 예정입니다!!! 아무튼 광주시향 찢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 영상도 잘 보고 왔습니다 ♥♥♥
와 이걸 풀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많이 들으러오세요! 🙏🙏
실황 자리에 있었습니다. 최고의 감동이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날의 감동의 여운을 영상으로도 느껴보세요 😄
쇼스타코지치 심포니 너무 인상적이네요 👏🏼👏🏼
감사합니다 : ) 많이 감상해주세요 !
이날 공연장에서 봤고 매우 잘 들었습니다. 가사와 음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곡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는데, 혹시 공연 때 가사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다른 곳에서는 이 곡의 우리말 가사를 찾아보기 어려워서... + 이 곡 연주를 보고 싶어서 해외 공연장에 가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외국어 가사 자막을 보면 집중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말 가사 자막이 눈에 바로 들어와서 곡을 훨씬 잘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곡을 무대에 올려주신 연주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새롭게 보여주실 곡들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상평 잘 읽고 갑니다~ 정말 우리말 번역 가사랑 같이 보면 훨씬 좋겠네요!
A great performance of a great piece. Thank you.
Thank you so much! 😄😄😄
1:02:29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숨죽여 여운을 즐기는 마지막 30초 시작
타임라인을 걸어두시다니! 함께, 자주 들어봐요 : )
(근)현대음악은 난해하고 산만하기만 할 것이라는 편견을 와장창 깨부숴준 연주였습니다..
쇼피협2도 수준급이었고
바비야르에서의 그 소름과 압도되는 기분은 잊을 수가 없네요
특히 9:46부터 문 부수는 소리 이후 10:58에서 몰아치는 관현악 연주는
그냥 소름돋는다, 감동이다가 아니라 앉아서 공연 보는게 무서울 정도였어요
그래도 여전히 쇼첼협은 어려운.. 😅
영상으로 다시 보면 참 좋겠다 계속 생각했는데 이렇게 올라오니 언제든 돌려볼 생각에 행복하네요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
교향악 축제 프리뷰 프로그램북을 안 버리길 잘했네요 다른 교향악단에서라도 13번 교향곡을 다시 듣고 싶네요
그날의 감동을 유튜브로 다시 한번 느껴보세요_! 🤗
아.. 그리고 갑자기 생각나서 또 쓰네요 ㅋㅋ
혹시.. 이날 같이 공연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공개 안 하는 걸까요ㅜ?
나름 수준높은 연주였는데.. 갔다와서 별 음반이랑 영상 다 찾아봐도 괜찮은게 없더라구요 ㅜㅜ
곡이 어려워서 그런지 마이너해서 그런지.. 제대로 된 영상은 하나도 없다 싶을 정도(그나마 서울시향...?)..
예당 채널 보니 저번 교축 영상 몇개 올라오던데.. 혹시나 해서 댓 달아봤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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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므라빈스키가 괜히 이 곡 초연을 거절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러면서 '므라빈스키는 쫄보! 콘드라신이 진정한 대인이다!" 외치고 싶은 개인적인 심정이었고요.
저 시대 저런 곡을 어떻게 무대에 올릴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네요.
이러한 감상을 여과없이 심장에 직격하게 해준 이날 공연이 그만큼 임팩트가 컸던 거였죠. 공연장에서 들은 여러 작품 중 작년 호넥 내한 때 고레츠키 교향곡 3번 2악장(게슈타포 건물 내의 벽에 새겨진 어느 소녀가 엄마에게 남기는 심정을 담은 낙서를 모티브로 한 가사) 정도라야 여기에 비교 가능할 정도였어요. 고레츠키 교향곡이 뭉클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이었다면, 바비 야르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소시민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는 개인 감상입니다.
감상평을 예술적이면서도 철학적으로 남겨주셨습니다. 더 좋은 연주로 또 찾아 뵙겠습니다 : )
벌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