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문태준)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빰과 눈 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엄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먼 곳(문태준)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빰과 눈 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엄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