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연_개인전_2024_Anamnesis_기억하는 이유_인디프레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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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เผยแพร่เมื่อ 3 พ.ย. 2024
- Anamnesis
기억하는 이유
시(時-Time)와 공(空-Space)은 모두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들어 낸 상상의 개념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예전 영화관에서는 대부분 35mm 필름영사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어린 시절 자그마한 영사기렌즈에서 출발한 빛이 벽면 스크린에 닿으면서 완성된 이미지로 구현되는 것을 보는 것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오기 충분하였다. 그 공간을 관통하는 물체의 형상을 담고 있는 빛이 그 빈 공간 안에서 시간의 차이를 두고 렌즈에서 출발한 프레임들이 뒤섞이며 스크린까지 도달하기 까지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 내는 희미한 잔상과 보는 각도에 따라 왜곡되어 보이는 이미지는 초현실적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모든 과정을 우리는 스틸 컷(still cut) 방식이라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방식의 형상으로 우리의 관념 속에 저장하고 있으며, 이를 “회상할 만한 이유” (Anamnesis) 라는 모티브를 통해, 작가의 내재되어 있는 개념이 영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시공간적으로 재구성된다.
흔히들 인간은 우주의 축소판이라고들 한다. 나 역시 출생이라는 인간세계의 빅뱅을 통하여 이 시공간(時空間)에 존재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인(사)물과 그(것)와 관련된 상황에 대해 다양한 관계를 이루어 왔고, 그들 중 강렬한 기억의 호출(recollection)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다. 내 존재의 근원이자 이유인 아버지가 내가 살고 있던 시공간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이제는 그의 존재를 내가 현재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에서는 대면 할 수 없지만, 나의 의식 속에는 그가 또렷이 존재한다. 내 인생에 십만 분의 일도 안 되는 그의 임종 전 그와 함께 보낸 마지막 한 시간이, 그와 그 이전에 보낸 모든 시간을 합친 것 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은 어쩌면, 그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멈출 수 없다면, 최대한 천천히 흐르게 하여 최대한 그와의 공시성(共時性)과 공존성(共存性)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려고 했던, 나의 잠재의식이 만들어 낸 진정한 Anamnesis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길게 느끼는 1분은 가장 최근의 일분이고, 가장 잘 보이는 곳은 내 눈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것들이지만,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는 그런 평범한 진리를 넘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