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날

긴 어둠 속에 숨어있던 나의 씨앗,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흔들렸지만,
언젠가 다가올 햇살의 품에 안겨
모든 꽃은...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
한겨울 땅 아래 나는 뿌리 내렸어,
보이지 않아도 나는 자라나고 있었지.
누군가는 화려한 꽃을 이미 피웠지만,
나는 나만의 계절을 기다릴 뿐이야.
흙 속에 감춰진 작은 숨결 하나,
조용히 나를 밀어올리는 힘이 있어.
너무 이른 봄을 서두르지 않아도,
내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으니까.
꽃은 바람이 밀어준 때에 피어나,
내 몸을 감싸는 햇살이 말해줄 때.
봄이 아니어도, 조금 늦어도 괜찮아,
나의 꽃잎은 바람에 닿을 준비를 하고 있어.
길가에 핀 꽃들은 쉽게 눈에 띄지만,
산자락 어딘가엔 숨은 꽃도 있겠지.
찬 바람에 피어낸 꽃이 더 단단하듯,
내가 걸어온 시간도 의미 없진 않아.
남들보다 천천히 걸어가고 있어도,
때로는 멈추고 돌아가도 괜찮아.
나를 피워낼 그 순간이 오면
세상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할 거야.
꽃은 햇살의 마음을 따라 춤추지,
비가 내려도 구름 뒤에서 기다리듯.
조금 늦어도 괜찮아, 나의 시간은
가장 고요한 순간에 빛을 피울 테니까.
너에게는 네 계절이 있어,
마음이 열릴 때 꽃잎도 열리듯.
세상의 시계는 너를 재촉하지만,
네 시간은 오직 너만이 알 수 있는 것.
꽃은 시계를 보지 않아도 피어나,
어둠이 깊을수록 더 찬란해질 테니까.
서두르지 마, 숨을 고르고 기다리면
너의 꽃은 어느새 세상을 물들일 거야.
너의 꽃은 너만의 빛으로 피어날 거야,
봄이 아니어도... 조금 늦어도 괜찮아.
꽃은...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