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무해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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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เผยแพร่เมื่อ 12 ธ.ค. 2024

ความคิดเห็น • 3

  • @여분-n1r
    @여분-n1r  3 ปีที่แล้ว +3

    1. 그 여름
    이경은 다리 가운데쯤에 스쿠터를 세워두고 난간에 기대 하류에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시간으로부터 놓여난 것처럼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던 시절이 생각났다. 왜 우리는 그렇게 오래 강물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을까. 서로 가까이 서지도 못한 채로.
    그곳에서 '김이경', 그렇게 자신을 부르고 어색하게 서 있던 수이가, 강물을 바라보며 감탄한 듯, 두려운 듯 '이상해'라고 말하던 수이가, 그런 수이를 골똘히 바라보던 어린 자신이 있었다. 이경은 입을 벌려 작은 목소리로 수이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강물은 소리 없이 천천히 흘러갔다.
    날갯죽지가 길쭉한 회색 새 한 마리가 강물에 바짝 붙어 날아가고 있었다. 이경은 그 새의 이름을 알았다.
    2. 601, 602
    나는 효진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그렇게 썼다.
    "이제 우리는 누구보다도 행복해질 거야. 우리는......"
    3. 지나가는 밤
    초가을이었지만 새벽 공기가 쌀쌀했다. 어릴 때처럼 주희는 이불을 발로 밀어내고 있었다. 윤희는 주희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이불을 들어 덮어줬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윤희는 주희가 추워하지 않기를, 추워 잠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따뜻한 단잠을 자기를 바랐다. 쌀쌀한 밤, 이불이라도 덮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주희의 곁에 있다는 사실이 윤희의 마음에 작은 빛을 드리웠다. 주희의 깊은 숨소리를 들으며 윤희도 눈을 감았다.
    4. 모래로 지은 집
    언젠가 네가 한 말을 난 종종 떠올렸어. 영원히 천천히 굴러가는 공을 생각했어. 그 꾸준함을 상상했어.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그 모습을 그려보면 쓸쓸해지더라. 데굴데굴 굴러가는 그 모습이 어쩐지 외로워 보여서. 그래도 우린 중력과 마찰력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구나. 가다가도 멈출 수 있고, 멈췄다가도 다시 갈 수 있는 거지. 영원할 순 없겠지만. 이게 더 나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 게.
    5. 고백
    진희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을 때,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볼펜을 이리저리 돌릴 때 미주는 자신이 진희를 안다고 생각했다.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진희와 함께할 때면 미주의 마음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그때가 미주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미주의 행복은 진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희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미주는 그 착각의 크기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
    6. 손길
    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버린 것. 그 단순한 사실이 그때의 자신에게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였었다고 혜인은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에 여자는 혜인에게 너무 큰 사람이었다.
    여자의 행동은 혜인에게 이런 메시지로 다가왔다. 이렇게 쉽게 떠나버릴 수 있을 정도로 너와 나 사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사실 넌 내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그때의 혜인에게 여자의 태도를 이해하고 넘어간다는 것은 그런 메시지에 동의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렇게 오래도록 이해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런 식으로 도리어 여자와 함께한 시간의 의미를 붙잡으려 했는지도 모른다고, 오래도록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른 척했던 그 사실을 혜인은 그 겨울 내내 응시했다.
    7. 아치디에서
    그녀는 난간에 기대어 눈을 감고 머리를 숙였다. 항구에 가까워져서 배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금속성의 소리를 냈다. 밤이었고, 대낮에 무리 지어 날아다니던 흰 새들을 사라졌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투명하게 알아낼 수 있는 세상의 일이 얼마나 될까. 나는 눈을 감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그녀의 곁에 같이 서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하민, 하민, 하고 그녀의 이름을 몇 번 부르다 침묵이 내게는, 그녀의 고통과 무관한 내게는 더 합당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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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ekor2444
    @ssekor2444 ปีที่แล้ว +1

    덕분에 책 잘 읽었습니다

    • @ssekor2444
      @ssekor2444 ปีที่แล้ว

      노래가 다 책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
      모래로 지은 집 볼때는 모래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