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lheon Jeong, The Giving Tree for String Orchestra (MIDI : Musesound)
Program Notes (한국어는 아래에)
I enjoy “complex states” akin to a paradoxical emoticon that smiles while shedding tears. When I read Shel Silverstein’s short story *The Giving Tree* (1930-1999), I often experience an undefined emotion-a taste of an inexplicable sadness hidden within a seemingly happy ending.
The tree loved the boy unconditionally, but as the boy grew older, he turned away from the tree and toward the world. Even so, the tree waited for the boy for years. When the boy finally returned, the tree gave him everything it had-its apples, branches, trunk, and ultimately even its stump-yet, the boy was not happy, while the tree found happiness in giving everything to the boy. The contrast between the tree’s selfless and steadfast love and the boy’s detached and emotionless demeanor is striking.
The tree’s unwavering love for the boy, simply because it loved him, embodies a sense of romance. In a world that prioritizes material abundance more than ever, can it preserve the pure and innocent romance one might have felt for someone (or something) during childhood?
Reflecting on the tree’s romantic love for the boy, I composed a piece of music. “Romantic,” as defined in the Standard Korean Dictionary, refers to an attitude or psychological state that perceives things sentimentally and idealistically, detached from reality, or the atmosphere created by such a perspective.
To capture the tree’s pure love, untethered from reality, and the ineffable sadness derived from it, I employed not only harmonic vocabulary from 19th-century Romantic music and a slow tempo (Adagio) but also freer harmonic and non-harmonic progressions.
If one can be happy even after losing everything for the sake of a loved one, where does such freedom originate?
정철헌 - 아낌없이 주는 나무(제45회 화음챔버오케스트라 공모 광탈곡)
나는 미소 지으며 눈물 흘리고 있는 역설적인 이모티콘과 같은 ‘복합적인 상태’를 좋아한다. 쉘 실버스타인 (Shel Silverstein, 1930~1999)의 단편소설 ‘The Giving Tree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을 때면 행복한 결말에 도사린 알 수 없는 슬픔을 맛보며,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생기곤 한다.
나무는 변함없이 소년을 사랑했지만, 소년은 커가면서 나무와 더 이상 함께하지 않는 쪽을 택하며 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오랜시간 소년을 기다린다. 나무는 오랜만에 찾아온 소년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사과열매, 나뭇가지, 자신의 몸통, 마침내 자신의 밑동까지)을 내어주었어도 행복했지만, 소년은 나무에게 모든 것을 빼앗았음에도 행복하지 않았다. 지고지순하고 변함없는 나무의 사랑, 그리고 사랑이 식어버린 표정없는 소년이 대비된다. 단지 내가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께하는 것이 행복해서, 소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무의 한결같은 사랑에서 낭만을 느낀다.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 풍요를 중요시하는 세상 속에서 어린 시절 누군가(혹은 무언가)에 품었던 순수한 낭만을 견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소년을 변함없이 사랑했던 나무의 낭만적인 사랑을 헤아리며 곡을 구성하였다. 낭만(Romantic)의 사전적 의미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표준국어대사전.
와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에서 쓰인 화성어휘, 그리고 느긋한 빠르기(Adagio) 등을 활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화성과 비화성음의 진행 등을 활용함으로써 현실에 매이지 않고 끝까지 순수한 사랑을 했던 나무의 낭만과 이에 비롯되는 알 수 없는 슬픔을 담고자 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모든 것을 잃어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자유는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